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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인간 1 - ![]() 이외수 지음/해냄 문학 2008년 6월 30일 263쪽 |
저자인 이외수씨의 독특한 생각을 책 내용에서 읽을 수 있다.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드라마틱한 영화보다는 막상 볼 때는 그냥 그랬지만 보고 나서 한동안 잊히지 않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영화와 비슷하달까.
물질만능주의인 현시대를 풍자하며 인간 기본에 대한 소중함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2권으로 되어 있는 장편소설이지만 이외수 특유의 기발한 유머로 빠르게 읽혀나간다.
"그대가 진실로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거나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싶다면, 현재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을 철저히 거부하라. 그것들은 모조리 허상이다. 과감하게 허상을 목졸라버리고 그대의 진체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라. 모든 사람이 군자로 태어났으되 스스로 군자가 되기를 거부하며 살고 있으니, 어찌 세상과 인생이 아름답고 행복하기를 바라겠는가." - 작가 한마디
작가의 한마디를 보며 문특 든 생각. 어렵다...
인상깊은 부분
13쪽:
열심히 낳은 알이 차례로 깨져서 프라이가 되는 비극. 병아리가 되더라도 어린애들의 장난감으로 팔려가는 비극. 팔려가 온갖 시달림을 받다가 손독이 올라 목숨이 끊어지는 비극. 한평생 아무리 날개짓을 해도 다른 조류들처럼 멀리까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비극. 특별한 잘못도 없이 주인에게 모가지가 비틀려야 한다는 비극. 죽어서도 펄펄 끓는 물에 통째로 처박혀야 한다는 비극. ... 만약 셰익스피어가 닭갈비로 유명한 춘천에서 살았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4대 비극 중에 등장하는 그 어떤 인물도 닭의 비극을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29쪽:
닭갈비집은 대개 자정 무렵에야 문을 닫는다. 문을 닫고 나면 그때부터 나는 토막난 닭들의 비극적 종말을 서정시로 승화시키는 작업에 몰두한다. 하지만 시는 대상에 대한 정서적 간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 줄을 알면서도 나는 토막난 닭들에게 정서적 간음의 욕구를 전혀 느끼지 못한 상태로 시를 쓰는 날이 많았다. 그것은 결국 시를 기만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내 시들은 언제나 발기부전증에 걸려 있었다.71쪽:
"저는 달빛 중독자거든요. 매달 보름날 달빛으로 목욕재계를 하지 않으면 매사에 의욕을 잃어버리는 금단현상을 앓아요. 그래서 최소한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구봉산에 올라가 활공을 해요."121쪽:
"활공을 하다니요."
"보름달이 떠오르면 행글라이딩으로 달빛 속을 유영하는 거지요. 구봉산에 활공장이 있어요. 오늘이 보름이잖아요. 그래서 여기오기 전에도 달빛으로 목욕재계를 했어요. 이 달맞이꽃도 활공장 주변에서 꺾은 거예요. 직장을 얻은 기념으로 여기다 꽂아둘게요. 하지만 낮이 되면 꽃잎들이 오그라들어서 보기가 별로 좋지 않을 거예요. 아시다시피 달맞이꽃은 밤에만 피거든요."
빨간 우체통은 언제나 기력이 없어 보였다. 너무 오래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서 선 채로 굶어 죽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요가 나타나면서 영양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영업을 마치고 전표계산이 끝나면 그녀는 카운터에 앉아서 편지를 썼다. 수취인 주소는 언제나 동일했다.122쪽:
수신
우주국(宇宙國) 은하도(銀河道) 태양군(太陽郡) 지구면(地球面) 월계리(月界里) 호부월선(湖夫月仙) 귀하(貴下)
발신
지구에서 소요가.
한 번도 서울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동대문에 문지방이 있다고 우길 때, 서울 사람들은 동대문에 문지방이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어떤 놈들은 곁에서 맞장구를 친다. ...204쪽: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다. 서울로 데리고 가서 동대문을 직접 보여주면 된다. 달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달이 없다고 우기는 사람에게는 달을 직접 보여주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낮잠 속에서 아버지를 만났다.235쪽:
아버지가 멀리서 나를 손짓해 부르고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손짓에 빨려 들어가듯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고 있었다. 아버지는 나를 데리고 의암호로 가고 있었다. 의암호는 꾸역꾸역 안개를 토해내고 있었다. 아버지는 털이 뽑힌 생닭 한 마리를 들고 있었다. 잘 보아라. 아버지는 말하면서 생닭의 뱃속에서 샛노란 계란을 한 개씩 꺼내 의암호로 던지기 시작했다. 껍질이 없고 노른자만 있는 계란이었다. 크기가 다양했다. 녹두알 만한 크기도 있었고 골프공만한 크기도 있었다. 아버지가 의암호에 계란을 한 개씩 던질 때마다 커다란 잉어들이 몸을 뒤채면서 몰려들고 있었다. 잉어가 계란도 먹나요. 내가 물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고 안개 속으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아버지, 라고 부르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나는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다른 장소에서 살해당한 게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물론입니다."
"그럼 사인은 어떻게 됩니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바로 인체자연발화현상이라는 겁니다."
사복경관들은 이게 무슨 외계인 롯데껌 씹는 소린가 하는 표정으로 검시관의 얼굴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