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다른 어린 시절의 어머니 모습이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한 장씩 스쳐 지나간다."
───────────────────────────────────────────────────────
───────────────────────────────────────────────────────
───────────────────────────────────────────────────────
도쿄
타워 - ![]()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문학 2007년 1월 9일 422쪽 |
일본문학이 좋다.
흔히들 일본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본 작가들의 글을 보면 누구보다 더 솔직하다.
국적, 인종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않을까 :)

릴리 프랭키,
Photo courtesy of Daum Blog
소설이든 노래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좋아하게 된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소설이 아닐까...

Canon EOS 50D | Auto W/B | 1/80sec | F4.5 | 0EV | 50mm | ISO-1000 | 2009:08:11 21:01:31
인상깊은 부분
6쪽: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아버리는 우리가 그것을 동경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사람들은 그곳을 향해 나아간다. 태어난 땅에 등을 돌리고, 그것처럼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도쿄로 나온다.
이 이야기는 오래전에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상경했었고 결국 떨려나서 고향으로 돌아갔던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이곳에 나왔다가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나,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환상을 품은 일이 없는데도 도쿄까지 따라 나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채 도쿄 중턱에 영면(永眠)한 내 어머니의 조그만 이야기이다.
26쪽:
그 여고생은 마침 그 장난감을 가지고 있어서 날마다 그걸 함께 불면서 놀았다. 빨대는 완전히 공용이어서 서로 번갈아 불어가며 풍선 크기를 다투었는데, 그런데 말이다, 그 여학생은 대체 어떤 전염병이었을까요...
어른이 된 뒤에 그 일을 생각할 때마다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정 궁금하면 알려줄까?"하고 나선다면, 물론, 전혀, 하나도 알고 싶지 않다.
46쪽:
돌아온 카드 앨범을 손에 들고 지그시 바라보았지만 '그렇게까지 해가면서, 나도 이딴 거, 필요 없고만...'이라고 생각했다.
그후 '아랫도리 홀딱 건강법' 아버지와 엄니 사이에 부모들 간의 화해 인사도 집행된 모양이었다.
가난은 비교할 것이 있을 때 비로소 눈에 띈다. 이 동네에서는 생활보호를 받는 집이나 그렇지 않은 집이나 사회적인 지위는 달랐어도 객관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여유 있게 사는지 별반 눈에 띄지 않았다. 부자가 없으니 가난뱅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63쪽:
빙글빙글 헤집고 다니려니 숨까지 막혀왔다.
초라하게 시들어버린 정원, 그 주변을 빙 둘러싼 복도를 몇 바퀴나 빙글빙글 돌았다.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빙글.
그 싫은 아저씨에게 어째서 엄니는 그토록 상냥한 걸까. 빙글빙글, 빙글빙글.
화투를 할 때처럼 어째서 담배를 푹푹 피우지 않는 걸까. 빙글빙글, 빙글빙글.
80쪽:
"뭐, 됐네. 이런 거면 좋겄지?"
그러면서 아부지는 완성 3분 전 상태에서 붓을 내려놓더니 "그럼 나는..."이라며 집안으로 들어가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아니, 하자고요, 끝까지. 조금만 더 하면 완성되는데, 싫증이 났나, 갑자기? 약속 시간이 되었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제 5분도 안 되어 끝나는 지점까지 왔는데, 왜? 어째서? 뭐야, 아부지, 하다가 말아버리는 그 어중간한 짓?
어째서 끝까지 만들어 주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그때가 내 모든 추억 중에서 가장 아부지가 아버지다웠던 순간이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 두 사람이 부자지간으로 보였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부지와 보낸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고 가장 흐뭇한 시간이었다.
124쪽:
"이제 크라운도 영 틀렸지?"
"애초부터 그렇고만. 백 엔짜리 라이터 회사가 구단을 가진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얘기였어. 거봐, 에가와도 거인 쪽이 오히려 좋았잖여."
"그려도 야쿠르트는 백 엔도 안 되는디?"
"야쿠르트는 날마다 먹는 거잖여. 라이터는 한 번 사면 한참 쓰는 거고. 그러니 돈이 벌릴 리가 있냐고."
175쪽:
그리고 며칠 뒤, 엄니는 마음을 다져먹은 듯 힘찬 목소리로 전화를 해왔다.
"엄니도 앞으로 일 년만 더 애를 써볼 테니께, 너도 다시 한 번 기합을 넣어서 앞으로 일 년, 졸업 때까지 착실하게 혀봐. 어뗘, 할 수 있겄냐?"
"아, 응... 할 수 있을 거야..."
"어쩔 수 없고만. 유급해라."
결국 4학년 여름이 지난 시점에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학점이 부족해서 나는 5학년이 되고 말았다. 죄송하다는 마음에 시달리면서도 일단 게으른 근성이 배어버린 나는 그 반성도 한 순간, 자, 내년 봄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남아돌겠구나, 라는 식으로 날마다 파친코에 들락거리는 타락의 나날을 계속했다.
212쪽:
"수술해?"
"수술이야 하지. 갑상선하고 성대 쪽에도 조금 생긴 모양이여. 수술은 갑상선 쪽만 하고 성대 쪽은 안 떼어낼 거고만. 그걸 떼어내면 목소리가 안 나올 테니께."
엄니는 의사와 상의한 끝에 수술을 받는 조건으로, 성대 쪽의 암은 다른 치료방법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한 모양이었다.
성대까지 적출수술을 받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다. 하지만 그쪽을 남겨두면 완치를 위한 수술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엄니는 그래도 고집스럽게 목소리만은 남겨두려고 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간 당연한 일처럼 말하고 웃고 노래해온 사람이 앞으로 평생 목소리 없이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예, 어쩔 수 없지요, 하며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을 것이다.
233쪽:
다른 누구도 아닌 엄니가 그러고 있었다...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엄니는 여느 때처럼, 일은 잘 되느냐, 몸조심하고 열심히 해라, 라면서 수화기를 내려놓으려고 했다. 나는 무의식중에 다급하게 엄니를 불렀다.
"엄니!"
"왜 그랴..."
"도쿄로 올래?"
"에?"
"도쿄에서 나랑 함께 살까?"
269쪽:
나는 왜 그랬는지, 성인잡지로 얼른 얼굴을 가리고 슬그머니 두 사람의 행방을 눈으로 좇았다.
아부지가 바구니를 들었고 엄니가 그 곁을 따라가며 과자 진열대로 향하고 있었다. 물건을 손에 들고 뭔가 이야기를 하던 끝에 전병을 바구니에 넣고 페트병 보리차를 사들였다.
거의 본 적이 없는 부부다운 모습이었다. 아부지와 엄니가 진짜 부부인 것처럼 보이는, 내 기억에 별로 없는 정다운 모습이었다.
그때의 엄니의 얼굴은 잊어버리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다.
암에 걸린 주제에 엄니는 정말 몹시도 즐거워 보였던 것이다.
274쪽:
거울에 비친 도쿄 타워를 보며 미소 짓는 엄니. 창문 너머로 직접 그것을 바라보는 아부지. 그리고 그 두 사람과 두 개의 도쿄 타워를 함께 바라보는 나.
웬일인지 우리는 그때 그곳에 함께 있었다. 따로따로 떨어져 살던 세 사람이 마치 도쿄 타워에 끌려들기라도 한 것처럼 그곳에 함께 있었다.
312쪽:
바닥에 시트를 깔고그 위에 의자를 놓고서 오츠키 씨가 가져온 도구를 차려 놓자 살풍경하던 세면실은 마치 작은 미용실처럼 변했다. 간호사와 다른 환자들이 들여다보고 "와아, 멋진데요?"라며 인사를 건네고 갔다.
식욕이 없어서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머리손질을 했지만, 여자의 마음이란 이런 일에 힘과 용기가 나는 것인지 그때 엄니는 얼굴이 환해져서 병 따위는 잊어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며 몇 장인가 사진을 찍었다. 내 파인더 속에는 건강하던 무렵과 똑같은 표정의 엄니가 남았다.
336쪽:
자동차로 병원에 달려갔을 때는 면회시간도 진즉에 끝난 시간대였지만, 엄니의 병세가 그쯤 되고 보니 나는 그런건 상관없이 언제라도 병동에 드나들었다. 응급 입구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향해 어두운 복도를 총총걸음으로 엄니의 병실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서자 엄니의 침대가 있던 자리에 짐도 명찰도 사라지고 없었다.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어렸을 때, 낯선 아저씨와 함께 건강랜드에 갔다가 엄니를 잃어버렸을 때처럼 빙글빙글 마음이 쏠려드는 듯한 그 느낌.
410쪽:
어머니란 욕심 없는 것입니다.
내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 자식이 큰 부자가 되는 것 보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지내주기만을
진심으로 바라고 기원합니다.
아무리 값비싼 선물보다
내 자식의 다정한 말 한 마디에
넘칠 만큼 행복해집니다.
어머니란
실로 욕심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머니를 울리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몹쓸 일입니다.
415쪽:
도쿄 타워의 창에 펼쳐진 하늘은 파랗고 서서히 지평선을 향하면서 하얗게 녹아들었다. 햇살이 부드럽게 바다와 도시를 비추었다.
나는 내내 머나먼 저쪽을 바라보았다. 목에 건 조그만 가방에서 얼굴을 내민 엄니도 같은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엄니,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참말 다행이네."
"東京にもあったんだ(도쿄에도 있었네)"
오다기리 죠 주연의 영화 "도쿄타워" 엔딩 크레딧 삽입곡
가장 좋아하는 일본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원작의
영화 "용의자 X의 헌신"과 드라마 "탐정 갈릴레오"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겸 가수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곡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