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소녀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내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놀라울 정도로 재능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지켜보는 한 중년남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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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울 정도로 재능을 가진 소녀와 그 소녀를 지켜보는 한 중년남성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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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코스모스 - ![]()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북폴리오 문학 2008년 5월 30일 508쪽 |
소설 속 주인공 작가처럼 이 책의 실제 작가는 글을 쓰면서 어떠한 생각을 했을지 궁금...
현실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다소 환상적인 내용으로 읽는 내내 호기심을 자아낸다.
2009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온다 리쿠,
Photo courtesy of 한겨례
인상깊은 부분
8쪽:
가미야에게는 원고를 쓸 때 독특한 버릇이 있었다.
자기 집 책상에서는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는 버릇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재수생 시절부터 시작된 버릇일지 모른다. 침침한 재즈 다방이나 커피숍에서 공부가 훨씬 잘 되었다. 대학 때는 물론 찻집에서 살다시피 했고, 영업사원 때는 패밀리레스토랑이나 150엔 커피숍의 작은 테이블에서 원고 매수를 채우는 버릇이 붙었다.
그 때문인지 지난해 부모와 동거할 2세대 주택을 신축하면서 기껏 작은 작업실까지 마련해 놓고도, 그쪽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전히 역 앞 찻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 심지어는 옛 동료들의 사무실 구석까지 가서 원고를 쓴다.
61쪽:
"어?"
"돌잖아?"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정말 놀이기구가 돌고 있었다. 소녀는 꼭대기에 앉아 있는데, 놀이기구가 서서히 돌기 시작했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
소녀는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지만, 두 손은 어느새 등 뒤로 돌아가 있었다. 십중팔구 등 뒤로 돌린 두 손으로 놀이기구의 가장 높은 부분을 잡고 몰래 회전시키고 있는 게 틀림없다.
이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것도 계산에 들어 있을 것이다. 멀리서 보기에는 마치 놀이기구가 저절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것도.
또다시 소름이 돋았다.
147쪽:
나에게 그런 꿈꾸는 힘이 있을까. 만약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분수에 맞는 세계를 쓸 능력밖에 없다는 것이 드러난다면. 그러고도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을까.186쪽:
가미야는 자기가 두려워하던 것이 이 일에 실패하는 게 아니라 그 부분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의 한계를 통감하게 된다면 그 뒤로 창작을 계속할 자신이 없다.
무섭다. 무섭지만,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다.
"상냥하고 품위 있게, 눈에 띄지 않게."201쪽:
아스카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아라가키를 보았다.
"그러면서도 죽음의 천사란 말이죠?"
"그래."
아라가키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아스카는 생각에 잠겼다.
왜 그런지 다쓰미는 그녀가 진지하게 생각에 잠기면 무서워진다. 입단 테스트 때부터 그랬다. 그녀는 승산이 있을 때 생각에 잠긴다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음미하는 것이다.
그녀는 "보세요, 당신들이 갈 곳을!"과 "당신들의 참된 목적지를!"로 나눠 말하고, 그러고 나서 그 가면을 쓰고 객석을 돌아보았다.222쪽: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다쓰미는 자신이 분석 모드로 전환된 것을 깨달았으나, 지금은 무대를 끝냈다는 흥분보다 그 문제가 더 크게 마음을 차지하고 있었다.
어제 이 대사는 우리 열 명에게 한 것이었는데, 오늘은 객석을 향해, '관객들'을 향해 한 것이 된다.
게다가 객석을 향해 돌아선 죽음의 천사에게는 얼굴이 없고, 얼굴이 있어야 할 부분에 '관객들'이 비쳐 있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의 허무함을 본 것 같아 섬뜩했을 게 틀림없다. 연극의 제목이자 테마기도 한 등장인물들의 '목적지'는 관객의 '목적지'로 변모된 것이다.
그때까지 콘서트에도 가본 적이 없는 아스카는 장내의 웅성거림, 사람들의 기대와 흥분에 우선 놀랐다. 다 함께 꼼짝 않고 앉아 어떤 체험을 공유한다는 게 신선했다. 특별하고 화려한 공기.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아스카는 전단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눈 높은 관객들의 표정과 무대의 막을 두리번두리번 살폈다.328쪽:
그리고 막이 올랐다.
어둠 속에 환희 밝혀진 빠끔히 열린 공간. 눈앞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 바로 저 앞에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데도 전혀 다른 세계가.
"프로들 중에서 오디션 참가를 의뢰할 배우를 고른 사람은 저고, 이 공연 프로듀서이기도 하니까요."449쪽:
"네?"
교코는 놀라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았다.
호리호리하고 나이를 알 수 없는 남자. 노인 같기도 하고, 젊은 사람 같기도 하다. 머리는 희끗희끗하고, 국적을 알 수 없다.
"...... 세리자와 다이지로 씨이신가요?"
교코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남자는 히죽 웃었다.
"교코 씨가 어렸을 때 댁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많이 컸군요."
별안간 팔을 붙들려 일으켜 세워진 아스카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426쪽:
다쓰미는 자기 이름을 외쳐대지, 다들 자기를 돌아보고 있었다.
아스카는 다쓰미와 객석을 멍하니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쏘아보는 듯한 시선을 깨닫고 맥없이 돌아보았다.
아즈마 교코가 자기를 보고 있었다.
관객은 잔혹하다. 조금 전 실패한 아즈미 아오이 생각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렸다. 누구나 이제부터 펼쳐질 연기를 생각하며 가슴설렌다.460쪽:
그때 아스카가 움찔했다.
관객이 흠칫 놀란다.
총성을 신호로 그녀는 교코와 다른 표정을 보였다. 정신이 든 것처럼 동작을 멈춘다.
"역시 그쳤네."
교코가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아스카가 뒤로 스윽 물러났다.
가미야는 흠짓했다.
'그림자'가 떨어져 나갔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때까지 블랜치 뒤에 바짝 달라붙어 있던 그림자가 분리된 것이다.
그림자의 반란.
아스카는 무표정한 얼굴로 교코의 정면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팔짱을 끼고 위압적으로 가로막고 섰다. 갑자기 그림자가 실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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